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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Talk

재즈의 축복, 프레디 허바드 그리고 앨범 Red Clay


프레디 허바드 (1938~2008)



그러니까 5년 전인 2008년도 12월 29일 한 해가 끝나가던 그 때, 위대한 트럼펫 주자 프레디 허바드가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를 떠올릴 때 마다 저는 그의 화려했던 60,70년대를 상상해보곤 했습니다.

재즈 뮤지션이 되겠다고 뉴욕으로 상경했던 스무살의 청년이 4년이 채 안되어 평론가들과 뮤지션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짜릿했습니다. 

프레디 허바드는 클리포트 브라운처럼 천재성을 가진 뮤지션이었습니다. 스물 여섯의 나이에 요절한 클리포드 브라운을 연상시키는 멋진 톤, 패기가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플레이, 어찌보면 허바드의 존재는 재즈신에 축복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뉴욕에 온 지 2년 만에 발표한 데뷔작이자 리더작 Open Sesame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추천 하에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되었는데 만천하에 프레디 허바드의 이름을 확고히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바드는 맹렬한 속도로 이듬 해 61년까지 연달아 4장의 앨범(Hub Cap / Minor Mishap / Ready for Freddie / Gettin' It Together)을 녹음하는데 특히 Ready for Freddie (Blue Note, 1961)앨범은 하드밥의 전형을 보여주는 허바드의 초기 명반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61년 허바드는 다운비트 매거진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무서운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크리틱스 폴 뉴 스타 어워드'에 이름을 올립니다. 

허바드가 회고했듯 그의 초기 연주 활동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61년 리 모건을 대신하여 아트 블레이키 Jazz Messengers에서 활동했을 때였습니다. 

"재즈 메신저스에서 활동은 내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었다. 그는 모든 멤버들에게 작곡할 기회도 줬고 마이크 잡고 말할 기회도 줬다. 그에게서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볼 수 있었고, 나도 리더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 잡혔다."

1963년, 허바드는 재즈 메신저를 떠났고 자신의 팀을 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맥스 로치의 팀에서 사이드 맨으로 활동했는데 (65~66년) 맥스 로치와의 연주 경험도 허바드의 음악 세계에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맥스 로치는 엄청난 속도로 연주했고 허바드는 업템포 테크닉을 구사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발자취와 동시에 저는 그를 떠올릴 때 마다 그가 알콜과 약물에 고통 받는 그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겹쳐지곤 합니다.  

"잭 다니엘과 콜라를 섞어 만취가 되도록 마신 뒤 궤량이 일어나 피를 토했습니다. 의사가 그런 식으로 살면 곧 죽는다고 하더군요" (2001년  NPR 인터뷰)

70년 퓨전 재즈가 싹텄던 초창기 발표했던 Red Clay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72년 Straight Life, First Light 앨범으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쥐었지만 이후 알콜과 약물 중독 때문에 어둠의 나락으로 빠지게 됬던 것입니다. 92년 입술 부상을 당한 것은 그의 전성기 때의 사운드 마저 앗아가게 하였습니다. 90년대는 그에게 어둠의 시간이었고 재즈계에서 그의 존재는 미미해져 가기만 했으며 재기의 노력들은 공허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 5년이 지난 오늘, 그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Red Clay를 꺼내 들어봅니다. 



앨범과 동명곡  Red Clay는 전 악기가 1분에 걸쳐 동시에 솔로를 하며 인트로 하는데 그루브 넘치는 드럼 비트와 환상적인 베이스 라인을 가진 대단히 멋진 곡이랍니다. 

허비 핸콕은 이 앨범에서도 펜더 로즈(Fender Rhodes) 일렉트릭 피아노로 연주하는데 Red Clay를 녹음하기 약 2년 전 핸콕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소개해서 이 펜더 로즈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녹음하러 가봤더니 데이비스가 이 악기를 가져다 놓고 쳐보라고 명령(?)을 했다는데 그 환상적인 사운드에 핸콕의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하지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Miles In The Sky (1968, Columbia)에서 허비 핸콕의 첫 펜다 로즈 일렉 연주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도 론 카터와 호흡을 맞춥니다)

펜더 로즈는 66년 경 조 자비눌이 처음 재즈에 도입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당시 허비 핸콕처럼 이 악기를 펑크한 감각으로 멋지게 연주한 뮤지션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허비 핸콕이 Head Hunters 등 후에 발표한 본인의 앨범들이야말로 펜더 로즈 연주의 백미가 아닐까합니다만, Red Clay 앨범에서도 물이 오른 연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서정적 분위기의 멜로디로 시작해 왈츠 등 다양한 리듬로 변형되며 가스펠 스타일도 차용한 Delphia나 역시 가스펠적 블루스와 하드 밥의 판타지를 뒤섞은 Suite Sioux, 론 카터의 스트레잇 어헤드 리듬을 바탕으로 숨가쁘게 진행되는 The Intrepid Fox, 존 레논이 작곡한 Cold Turkey의 멜로디를 차용한 펑키한 곡  Cold Turkey 등 매 곡이 개성 있고 멋진 솔로 연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2년 콜롬비아 레코드의 리마스터링 앨범에서는 19분 짜리 잼 세션 보너스 트랙이 들어가 있습니다.


<연주자>

Freddie Hubbard (trumpet), Joe Henderson (tenor saxophone, flute)

Herbie Hancock (electric piano, organ), Ron Carter (bass, electric bass), Lenny White (drums)

<수록곡>

Red Clay (12:11) / Delphia (7:23) / Suite Sioux (8:38) / The Intrepid Fox (10:45)

Cold Turkey (10:27) / Red Clay[live] 보너스 트랙 (18:44) - 2002 & 2010 CD 


(컴퓨터서만 재생됩니다)




그 외에 제가 좋아하는 프레디 허바드의 앨범들입니다.


Open Sesame, Blue Note, 1960

천재 트럼펫터의 혜성과 같은 등장을 알리는 프레디 허바드의 데뷔작이자 리더 작입니다.

Freddie Hubbard (trumpet), Tina Brooks (tenor saxophone), McCoy Tyner (piano)

Sam Jones (bass), Clifford Jarvis (drums)



Ready For Freddie, Blue Note, 1961

하드밥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의 초기 앨범. 

웨인 쇼터와의 인연은 쇼터의 걸작 Speak No Evil에서도 이어집니다. 

Freddie Hubbard (trumpet, flugelhorn), Bernard McKinney (euphonium)

Wayne Shorter (tenor saxophone), McCoy Tyner (piano), Art Davis (bass), Elvin Jones (drums)



Hub-Tones, Blue Note, 1962

허비 핸콕과 허바드가 처음 조우하는 앨범.

허바드의 뛰어난 작곡 능력도 엿볼 수 있는데 트럼펫터 부커 리틀을 위한 Lament for Booker이 인상적입니다. 

Freddie Hubbard (trumpet), James Spaulding (alto saxophone, flute)

Herbie Hancock (piano), Reggie Workman (bass), Clifford Jarvis (drums)


The Body & The Soul, Impurse!, 1963

프레디 허바드는 학창시절 인디애나폴리스 오케스트라의 트럼펫터였습니다

그의  오케스트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웨인 쇼터가 어래인징 했고 에릭 돌피, 필리 조 존스, 커니스 풀러, 레지 워크맨 등이 참여한 빅 밴드 앨범으로 Body and Soul, Carnival,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이 인상적입니다. 



Breaking Point!, Blue Note, 1964

1963년 리더가 되기 위해 아트 블레이키 재즈 메신저스를 떠난 직후 발표한 역작

Freddie Hubbard (trumpet), James Spaulding (alto saxophone, flute),

Ronnie Mathews (piano), Eddie Khan (bass), Joe Chambers (drums)


Straight Life, CTI, 1970

Red Clay가 나온 직후 CTI에서 마지막으로 녹음된 또 하나의 퓨전 재즈 걸작.

잭 드조넷과 리처드 랜드럼의 다양한 리듬 팔레트와 빈틈 없는 펑키한 감각이 귀를 사로 잡습니다. 

Freddie Hubbard (trumpet, flugelhorn), Joe Henderson (tenor saxophone)

Herbie Hancock (electric piano), George Benson (guitar), Ron Carter (bass)

Jack DeJohnette (drums), Richard Landrum (drums, percussion), Weldon Irvine (tabla, tambou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