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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Talk

빌 에반스를 잇는 알란 브로드밴트, 솔로작 Heart To Heart

                            Alan broadbent


피아니스트 알란 브로드밴트를 맨 처음 접한 것은 91년도 나탈리 콜의 앨범 Unforgettable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 냇 킹 콜의 음성을 복원해 만든 듀엣곡 Unforgettable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 사이에서 아름답게 빛나던 피아노 선율의 주인공이 알란 브로드밴트였던 것이죠. 

그리고 이듬 해 Charlie Haden Quartet West의 Haunted Heart 앨범에서 그의 연주를 다시 접하게 됐습니다. 

Haunted Heart 앨범에서 알란 브로드밴트는 Unforgettable처럼 발라드와 온화한 느낌의 미디엄 템포의 스윙곡들을 무난하게 연주합니다. 이 앨범은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찰리 헤이든 쿼텟 웨스트의 크리에이션은 제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알란 브로드밴트 트리오의 2005년 앨범 Round Midnight을 비롯해 몇몇 앨범들을 듣게 되었는데, 저는 빌 에반스가 환생한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대단한 하모니 감각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쓰는 노트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셀로니어즈 몽크의 Round Midnight의 연주는 정말 멋졌습니다.

또한 여러 곡들을 접하면서 그의 작곡, 오케스트라 편곡 솜씨에도 탐복하게 되었는데요, 맨 아래 첨부한 다이아나 크롤의 2001년 파리 라이브 영상에서 오케스트라 편곡, 지휘를 맡고 있는 브로드밴트는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요즘 열심히 듣고 있는 알란 브로드밴트의 앨범은 지난 5월에 발매된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Heart To Heart입니다.

그의 첫 솔로 앨범 Live at Maybeck Recital Hall은 22년 전인 91년에 발매되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나온 금쪽같은 솔로 앨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찰리 헤이든의 곡 Hello My Lovely에서와 같이 심플하게 코드톤 워킹 베이스하면서 다양한 프레이즈를 선보이는 방식은 몹시 맘에 듭니다. 이 고전적인 방식은 스윙감을 더하는데는 좋지만 멜로디에 대한 아이디어가 다양하지 않으면 재미없기 마련이거든요. 

빌 에반스 작 Blue in Green은 단순한  IV-V-I / ii - V - I 이 순환되는, 뮤지션의 기량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식이 가능한 모달 곡으로 여기에서도 브로드밴트의 다채로운 멜로디 보케브러리가 귀를 즐겁게 합니다. 

(Blue In Green은 마일스 데이비스 곡, 혹은 에반스와 공동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있는데요, 에반스의 작품이라고 해야 맞습니다애슐리 칸이 쓴 책 'Kind of Blue'에 보면 빌 에반스가 이렇게 술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 날 마일스가 G마이너와 A어그먼트를 종이에 쓰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이걸로 뭘 만들어 볼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정말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서 Blue In Green을 썼다."라고 말입니다. 이 책 참 재밌으니 읽어보세요.)

이 앨범에서 오네트 콜맨 작곡의 Lonely Woman 연주 또한 일품입니다. 이 곡은 콜맨의 59년도 앨범 The Shape of Jazz to Come에 수록되어 있는데 작품성에 비해 널리 연주되는 곡은 아니어서 뮤지션의 레퍼토리에 있으면 저로서는 몹시 반갑습니다. 저에게는 몇몇 연주자들의 인상적인 Lonely Woman가 있었습니다.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87년도 Random Abstract 앨범에서 이 곡을 16분에 걸쳐 한 편의 광활하고 고독한 서사시로 풀어낼 때는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고(완전 제 스타일이었죠), 존 존의 89년도 Naked City(엄청난 이 앨범!)에서 마치 액션 영화의 주제곡처럼 연주할 때는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일었던 프레디 허쉬의 연주도 제 마음을 울렸었지요.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슬프고 절절하게 서사시를 읊었고 프레디 허쉬가 아련한 서정성으로 고독한 여성을 표현했다면, 알란 브로드밴트의 Lonely Woman은 싸늘하고 냉정합니다. 4:42부터 사뭇 마일드해지는 분위기는 여성의 여러 감정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열정적이고 화려한 연주로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가다 비장하고 격정적으로 엔딩하는데 마치 클래시컬 리사이틀 홀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섭고 맹렬한 속주를 보여주는 Cherokee, 여유와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브로드밴트의 곡 Journey Home도 훌륭합니다. 멋지게 스윙하는 이 곡은 한번 들으면 좀처럼 귀에서 떠날 줄 모르는 예쁘고 정겨운 멜로디를 가진 듯 합니다. 솔로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 Four를 삽입한 것도 어울리구요. 지금도 이 멜로디가 콧노래로 나온답니다.

앞서 제가 빌 에반스가 환생한 줄 알았다고 밝혔는데, 물론 에반스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재즈 피아니스트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브로드밴트에게 에반스는 정말 특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브로드밴트에게 처음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안겨준 존재, 15살 감수성 예민한 소년 브로드밴트를 매일 밤 주체할 수 없이 울게 만들었던 존재가 빌 에반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사춘기 그 나이 빌 에반스를 들었을 때 세상이 달리 보이는...그런 느낌이었기에 왠지 그와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행여 저도 그와 같이 매일 밤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면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었을까요? 





Heart to Heart, 2013, Chilly Bin Records


<연주자>

Alan Broadbent (piano)


<수록곡>

1 - Hello my Lovely - Charlie Haden

2 - Heart to Heart - Alan Broadbent

3 - Alone Together - Arthur Schwartz

4 - Now and Then - Alan Broadbent

5 - Journey Home - Alan Broadbent

6 - Blue in Green - Miles Davis/Bill Evans

7 - Love is the Thing - Alan Broadbent

8 - Lonely Woman - Ornette Coleman

9 - Cherokee - Ray Noble


알란 브로드밴트는 오케스트라 편곡자, 지휘자로서도 명성이 높습니다. 다이아나 크롤의 2001년 파리 공연인데요, 크롤의 보이스도 멋지지만 간간히 화면에 잡히는 지휘자 브로드밴트도 참 좋습니다. 



<브로드밴트의 대표작들, 기회가 될 때 마다 소개하겠습니다>


Live at Maybeck Recital Hall, Vol. 14 , 1991, Concord Jazz


Round Midnight, 2005, Artistry


Every Time I Think of You, 2006, Ar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