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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Talk

클락 테리(Clark Terry)를 추모하며(추천음반)


클락 테리(1920.12.14 ~ 2014.2.21) 

             

이 시대 위대한 혼 주자, 클락 테리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4세. 듀크 엘링턴, 찰스 밍거스, 카운트 베이시, 셀로니오즈 몽크, 퀸시 존스와 함께했던 화려한 경력, 그리고 밴드 리더로서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재즈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전설적인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는 장수를 누렸을지언정 오랫동안 당뇨와 싸워왔고 3년 전에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을 만큼 당뇨 후유증에 시달리며 힘겨운 말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연주와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며 크게 존경받았습니다.

재즈사에 역동적인 발자취를 남겼고, 사랑과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가족과 학생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생을 마감했으니 그는 행복한 사나이요, 행복한 뮤지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클락 테리, 당신은 천사들이 노래하는 하늘나라의 빅 밴드에 참여하실 테이지요. 우리는 당신을 한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테리의 아내 그웬 테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의 메시지에 숙연해집니다.

스윙과 비밥 시대를 거치면서 빅 밴드 및 여러 다양한 편성과 스타일로 무대를 빛내왔던 클락 테리.

1920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클락 테리는 2차 대전 중 해군에서 악단생활을 거친 후 1948~1951년까지 카운트 베이시 빅 밴드, 1951~1959년까지 8년간은 듀크 엘링턴 빅 밴드에서 연주했습니다. 당대 가장 유명했던 빅 밴드에 참여하며 명성을 높이던 시기에 퀸시 존스가 어래인징을 맡은 첫 리더작 <Clark Terry>(EmArcy, 1955)가 나왔습니다. 진취적인 퀸시 존스의 곡 Swahili와 Double Play등 시종 밝고 깊은 그루브로 산뜻함을 더하는 이 음반에는 당대 최고의 베이시스트 중 하나였던 오스카 페티포드(Oscar Pettiford)가 첼로로도 참여해 특색을 더했습니다. 

클락 테리는 이후에도 마지막 작품인 <Live at Marian's with the Terry's Young Titans of Jazz>이 나왔던 2005년까지 리더로서 남긴 음반이 80여 장이 넘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50-80년대를 거치면서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뮤지션들, 셀로니오즈 몽크, 클리포드 브라운, 게리 버튼, 찰리 브리드, 아트 파머, 엘리 핏제럴드, 디지 길레스피, 데이브 그루신, 밀튼 잭슨, 찰스 밍거스, 소니 롤린스, 올리버 넬슨, 맥코이 타이너, J.J 존슨, 오스카 피터슨 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만큼 많은 연주자들과 협연했고 그들과도 훌륭한 레코딩을 남겼습니다.

클락 테리는 NBC 투나잇 쇼에 10년간 고정 출연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위트있는 연주와 보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소위 ‘한물 간’ 빅 밴드 스타일과 재즈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 무단히 애썼던 브라운관 속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지난해, 클락 테리와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맹인 청년과의 사제간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Keep On Keepin' On이 미국에서 개봉되었습니다.

클락 테리를 멘토로 삼으며 희망을 키우는 청년의 감동적인 모습, 그리고 병마와 힘겹게 싸우면서도 사람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93세 클락 테리를 보며 큰 바위 얼굴이란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뭉클했었지요.

플루겔혼의 개척자이자 위대한 트럼펫터, 클락 테리. 음악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훌륭했던 큰 그릇의 인간, 클락 테리.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앨범.

Clark Terry, EmArcy, 1955

수록곡 : 1. Swahili" (Quincy Jones) / 2. Double Play" (Jones) / 3. Slow Boat / 4. Co-Op" (Terry, Rick Henderson) /5. Kitten / 6. The Countless" (Freddie Green, Terry) / 7. Tuma" (Jones) / 8. Chuckles

연주자: Clark Terry(trumpet), Jimmy Cleveland (trombone), Cecil Payne (baritone saxophone), Horace Silver (piano), Wendell Marshall (bass), Oscar Pettiford(bass, cello), Art Blakey(drums), Quincy Jones (arranger) 

녹음일: 1955년 1월 3일 & 4일

1955년 발표된 클락 테리의 데뷔 앨범으로 퀸시 존스가 어래인징을 맡았습니다. 아프리칸 느낌의 리듬을 차용한 Swahili는 퀸시 존스의 특유의 힙한 감각이 전해집니다. 역시 존스의 작품인 미디엄 스윙곡 Double Play는 피티포드의 베이스 & 마샬의 드럼과 혼이 각각 A섹션, B섹션을 나누어 맡으며 대화하듯 멜로디를 주고 받는 멋진 곡이지요. 테리의 작품인 Slow Boat에서는 멋진 펑키 블루스, 테리의 깊은 그루브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멜로디, 하모니, 리듬 여러 면에서 스타일리쉬하고 트레디셔널 메인스트림 재즈의 멋스러움으로 가득합니다. 


Duke with a Difference (with Johnny Hodges), Riverside, 1957


수록곡 1. C Jam Blues / 2. In a Sentimental Mood / 3. Cotton Tail" / 4. Just Squeeze Me" / 5. Mood Indigo /6. Take the "A" Train /7. In a Mellow Tone / 8. Come Sunday

녹음일: 1957.7.29 & 1957.9.6 

연주자: Clark Terry (trumpet, arranger), Quentin Jackson & Britt Woodman (trombone), Johnny Hodges (alto saxophone), Paul Gonsalves (tenor saxophone), Tyree Glenn (vibraphone, trombone), Billy Strayhorn (piano), Luther Henderson (celeste), Jimmy Woode (bass), Sam Woodyard (drums, Marian Bruce (vocals), Mercer Ellington (arranger)

클락 테리가 한창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던 1957년, 그가 좋아하는 듀크의 곡들을 골라 녹음한 음반입니다. 이미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에서 7년간 주요 멤버로 활동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키웠고 리더로서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있던 클락 테리. 클락 테리 본인을 포함해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의 주요 멤버인 자니 호지슨(알토 색소폰), 폴 곤잘브스(테너 색소폰), 지미 우드(베이스), 샘 우드야드(드럼), 타이리 글렌(트럼본)이 참여하여 눈길을 끕니다. 

클락 테리가 편곡한 이 음반의 듀크 엘링턴 곡들은 기존의 듀크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매력이 있습니다. 섹스텟 구성이지만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사운드 팔레트의 느낌을 살렸고 오케스트라 내에서 제한되었던 연주자의 솔로가 여유롭게 들립니다. 듀크의 악기인 피아노 대신 비브라폰이 참여했는데 비브라폰 연주는 트럼본 주자 타이리 글렌이 맡았습니다. 최초 녹음 1957년 7월 29일이며 같은 해 9월 6일 피아니스트 빌리 스트레이혼이 참여한 Come Sunday, 보컬인 마리안 브루스의 참여한 In a Sentimental Mood이 추가되었습니다. 빌리 스트레이혼이야말로 듀크 엘링턴 밴드에서 중요한 작품을 남긴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죠.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인 Take The A Train도 빌리 스트레이혼의 작곡한 곡입니다.

듀크 엘링턴 간판 멤버들이 함께한 색다른 듀크 엘링턴 작품집. 어래인저이자 밴드 리더로서 클락 테리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멋진 음반입니다. 


In Orbit (with Thelonious Monk), Riverside, 1958

수록곡 1.In Orbit (Terry) / 2. One Foot in the Gutter (Terry)/ 3. Trust in Me /4. Let's Cool One" (Monk)/ 5. Pea-Eye" (Terry)/6. Argentina (Terry)/7. Moonlight Fiesta" (Mills, Tizol)/8. Buck's Business" (Terry)/9. Very Near Blue" (Cassey)/10. Flugelin' the Blues" (Terry)

연주자: Clark Terry (flugelhorn), Thelonious Monk (piano), Sam Jones (bass), Philly Joe Jones (drums)

녹음일: 1958년 5월 7일 & 12일


플루겔혼을 중심으로한 쿼텟 구성도 매우 참신할뿐더러 셀로니어즈 몽크가 사이드맨으로 참여한 드문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셀로니오즈 몽크는 1982년 사망할 때까지 사이드맨으로 녹음한 앨범이 열장 남짓에 불과합니다. 피아니스트 랜 블레이크의 말에 따르면 몽크의 강하고 특색있는 사운드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3/4리듬이 부분 삽입된 경쾌한 블루스 곡  One Food In The Gutter, 몽크의 곡으로 유일하게 수록된 감성 넘치는 Let's Cool One 등 매 곡들이 멜로디에 대한 민첩한 센스로 빛나는듯 합니다. 몽크의 시크한 멋과 테리의 깊고 풍성한 매력이 만난 멋진 앨범. 1987년에 리마스터링 되면서 Flugelin’The Blues가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되었습니다.


Color Changes, Candid, 1960

Clark Terry (trumpet, flugelhorn), Yusef Lateef (tenor, flute, English horn, oboe), Timmy Knepper (trombone), Julius Watkins (French horn), Seldon Powell (tenor, flute), Tommy Flanagan (piano), Budd Johnson (piano, Nahstye Blues), Joe Benjamin (bass), Ed Shaughnessy (drums)

수록곡: 1.Blue Waltz / 2. Brother Terry / 3. Flutin’ And Fluglin’ / 4. No Problem /5. La Rive Gaiche / 6. Nahstye Blues / 7. Chat Qui Peche

녹음일: 1960년 11월 19일


가 가장 좋아하는 클락 테리의 앨범입니다. 다양한 무드, 다양한 칼러로 귀를 사로잡습니다. 왈츠로 시작되는 첫 곡에서 토니 플라나간의 피아노, 셀던 파월와 유세프 라티프 색다른 느낌의 두 명의 테너 솔로이스트를 비롯해 모든 연주자가 화려하고 멀티플한 스킬로 매혹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유세프 라티프 작곡인 Brother Terry도 정말 신선합니다. 스페이스를 충분히 살리면서 라티프의 오보에를 비롯해 각 악기가 층을 쌓아가며 이국적인 색채를 내뿜습니다. 

Flutin'And Fluglin은 테리의 플루겔혼과 라티프와 셀던 파웰, 두대의 플루트가 교차하며 멜로디를 만드는 대단히 멋진 곡입니다. 플루트의 멜로디 위에 얹어진 테리의 플루겔혼 임프로바이징은 꽃 위에 앉은 나비처럼 사뿐하고 정겹습니다. 플루트 솔로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왼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라티프, 오른쪽 스피커에서는 파웰이 속삭이듯 주고 받는 멜로디. 플루겔혼에서 트럼펫으로 바꾸어가며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클락 테리.... 모든 혼 주자들이 정겨운 대화를 나누듯한 이 곡은 그야말로 명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