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ibrary

부도덕 교육강좌

부도덕 교육 강좌, 미사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소담출판사 -


미사마 유키오(みしま ゆきお). 미의 집착을 세세하게 묘사했던 ‘금각사'(1956년), 일상성을 뛰어넘는 초절적인 에로티즘을 보여준 '파도소리'(1954년) 등 그의 작품에 어린 탐미적 광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반면, 1958년 출간된 에세이집 '부도덕 교육 강좌'에서는 또 다른 면모의 미사마 유키오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가 일본의 우익이고 사무라이식 할복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움(혹은 거부감)은 일단 제쳐두고.

차례는 이런 식이다.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 / 선생을 무시하라, 속으로만 /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 / 거짓말을 많이 하라 / 약자를 괴롭혀라 / 약속을 지키지 마라 / 악덕을 많이 쌓아라…등.

물론, 이런류의 역설적 어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은 뻔하지 않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분량, 거론되는 소재들은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작가의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50년 전 작가의 언어가 이렇게 재미있고 공감될 때가. 즐겁게 읽을 수 있고 그만큼 마음을 울린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는 소년들에게 도둑질을 장려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스파르타는 무를 숭상하는 나라였으므로, 도둑질이 병사들에게 민첩성을 단련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이라는 국가적 도둑질이 인정된다면 개인 생활에 있어서의 도둑질도 인정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리스인들의 이러한 생각은 어쨌든 이치에 맞는 것이었다.

어떤 학설에 의하면 예로부터 각 민족의 도덕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고, 크게 죄의 도덕과 수치의 도덕으로 나뉜다고 한다. 전자의 대표적 예가 기독교적 도덕으로, 죄의식이나 양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도덕을 규제하고 있다. 후자의 대표적 예가 바로 그리스형 도덕이며, 수치와 체면 등을 중시하는 그들은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중략) 요즈음 도덕 교육이니 뭐니 떠들어대고들 있지만, 나는 선의 개념을 바로잡기 전에 악의 개념부터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사회가 처한 위협은 악의 개념이 무너진 데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도둑의 효용에 대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