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빌 프리셀은 치즈를 녹여먹는 퐁듀 팟처럼 일종의 멜팅 팟(melting pot)과 같다. 그 멜팅 팟은 매우 독창적인 컨셉으로 멜로디와 리듬과 생각의 선율들을 녹여내는데 그 맛은 때로는 텁텁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되기도, 중국의 파이브 스파이시 파우더처럼 복잡 미묘하기도, 또한 시큼하면서도 달고 러스틱하기도 하다. 포크와 록, 블루스 그 무엇이든지 그 열정적인 멜팅팟 컨셉으로 들어가면 정교한 슈퍼하모닉 뮤직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빌 프리셀의 앨범은 늘 기대하게 되고 들을 때마다 몸의 전 감각을 그 뜨거운 멜팅팟 속으로 집중하기 위해 열어두곤 한다. 10월 8일에 출시된  빌 프리셀의 신보 <Guitar In The Space Age> 역시 그러하다. Big Sur(2013)에 이어 Okeh 레코드에서의 두 번째 앨범이다.

 <Guitar In The Space Age>는 빌 프리셀이 어린 시절에 즐겨 들었던 곡들을 담았다. 1951년생, 올해 미국 나이로 63세를 맞은 빌 프리셀의 음악적 노스탤지어의 대상은 무엇일까. 이번에 그는 어린 시절 듣고 자랐던 향수어린 블루스, 포크, 록큰롤 그룹들의 음악을 지목했다.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듀언 에디(Duane Eddy), 더 챈테이스(the Chantays), 링크 레이(Link Wray)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당대 유행했던 그룹들이 멜팅팟 속으로 들어갔다.

그 유명한 Pipeline이 첫곡이다. 원곡은 캘리포니아 산타 애나 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더 챈테이스'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서프 뮤직(Surf Music)의 고전. 이곡은 서핑을 하듯 스트링 한줄을 반복적인 피킹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인트로가 이색적인데 빌 프리셀은 긴 호흡의 노트로 여유를 두며 몽환적으로 시작한다. 1951년생 미국 나이로 올해 63세의 빌 프리셀에게 당대의 서프 뮤직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던 1960년대 초반, 부와 여유의 상징이었던 파도타기 스포츠.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서프 뮤직은 세대의 유쾌함과 낙천성을 표상하지만 영원하지 않은 한낮의 찬란한 꿈과 같은 시기일 터이다. 

두번째 수록곡 Turn!Turn!Turn!은 구약성서에서 인용된 '모든 것은 변한다'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피티 시거(Pete Seeger)의 곡이다. 1962년 포크 그룹 더 라임 리터스(The Limeliters)가 처음 불렀으나 1965년 록 그룹 더 버즈(Bryds)의 곡으로 널리 알려졌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고, 변한다. 계절이 바뀌듯이,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면 치유할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전쟁할 때가 있으면 평화로울 때가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지금은 평화의 때. 그것은 늦지 않았어요..."라는 노랫말은 경쾌한 멜로디를 타고 삶의 혜안을 들려준다. 빌 프리셀은 더 버즈의 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으로 원곡을 충실하게 연주해서 보컬이 없이도 그 멋진 노랫말이 귀에 맴도는 느낌이다.

이외에도 멜 런던(Mel London)작품으로 그룹 주니어 웰스(Junior Wells)가 1960년도에 처음 발표했던 흥겨운 블루스곡 Messin' With The Kid, 비치 보이스의 Surfer Girl, 이 곡은 은 비치 보이스의 최대 히트곡인  Surfin' U.S.A와 같은 해에 나온 동명 앨범  Surfer Girl의 타이틀곡으로 빌 프리셀은 아름다운 발라드 그대로를 온전히 담아냈다. 링크 레이 앤 히드 레이 민(Link Wray & His Ray Men) 의 다소 과격한 제목의 연주곡 Rumble(1958년)에선 빌 프리셀의 특색있는 디스토션을 들을 수 있고 기타리스트 듀에인 에디의 히트곡 Rebel Rouster (1958년)도 깊은 맛을 풍긴다. 또 다른 서퍼 뮤직인 리 헤이즐 우드(Lee Hazlewood)의 Baja(1963년), 멀 트래비스의 독특한 기타 주법으로의 연주로 유명한 컨트리록 Cannonball Rag (1969년),  Tired of Waiting For You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영국 그룹 킨크스(The Kinks)의 히트곡 65년도 싱글이다. 낭만적인 제목의 Reflections From The Moon은 페달 스틸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스피디 웨스트(Speedy West)의 곡이다. 스피디 웨스트와 함께 명연주 공연을 많이 남겼던 전설적인 컨트리 기타리스트 지미 브라이언트(Jimmy Bryant)의 곡 Bryant's Boogie는 두 대의 기타가 나누는 흥겨운 대화를 들어 볼 수 있다. 마지막 곡은 그룹 Tonado의 62년도 작품 Telstar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곡은 처음 디스토션이 등장한 곡으로도 알려져있는데 빌 프리셀은 멜로디를 보다 분명히 강조하는 쪽으로 원곡을 새롭게 각색해냈다. Telstar는 조 미크(Joe Meek) 작곡으로도 유명한데 조 미크의 스토리가 곡과 동명의 영화(Telstar: The Joe Meek Story, 2008)로도 제작된 바 있다.

빌 프리셀의 오리지널곡인 The Shortest Day 와 Lift Off 도 유심히 들어보면 좋다. The Shortest Day에서는 빌 프리셀의 이 멋진 '노스탤지어 프로젝트'가 진정 어떤 색채를 띄고 있는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빌 프리셀의 내면으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의 독백이며 갈라잡이와 같은 곡이다. 그의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비티는 향수어린 타임머신 터널에서 세상밖으로 인도하듯 수록곡 말미에서 몹시도 몽환적인 Lift Off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빌 프리셀이 안내하는 노스탤지어의 멜팅팟은 그 풍만한 향기로 인해 곡 하나하나가 살갑게 매만져진다.


Bill Frisell (guitar),Greg Liesz (pedal & lap steel guitars),Tony Scherr (bass), Kenny Wollesen (drums)


지난 6월 뉴욕의 Jazz at Lincoln Center에서 새 앨범 Guitar in the Space Age의 곡들을 연주하는 빌 프리셀. (사진:Frank Stewart)





<원곡들>

Junior Wells: Messin' with the kid


 Surfer Girl


  Duane Eddy, Rebel Ro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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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탐미 <2회>  재즈피플 2014년 2월호


"재즈의 정치로 꿈꾸는 미국"


영웅의 탄생



사막의 메마른 먼지를 뚫고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일련의 사람들은 총성과 함께 갈팡질팡 흩어졌다. 뜨겁게 김 오른 아지랑이 사이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총구는 가슴에 흐르는 피를 쥐어 막으며 주저앉은 사내를 향한다. 승자의 처분을 기다리는 이 자는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다. "키드, 너였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가쁜 숨을 내쉬는 사내를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와중에 다시 모여든 사람들은 총집을 매만지며 뒤돌아선 남자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어준다. 뉴멕시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그 이름은 빌리 더 키드. 주인 없는 초지, 무법의 서부에서 횡포한 권력과 악을 징벌하고 가난한 개척자들을 지키는 자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서부로 몰려든 자들에게 그는 이제 정의의 사도로 불린다.


미국의 전설적인 총잡이 '빌리 더 키드'에 대한 나의 묘사가 우스꽝스럽고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졌다면, 이제 미국의 위대한 작곡가 아론 코플란드의 1938년 발레작품 '빌리 더 키드'를 감상하기 바란다. 넓은 대평원, 개척지의 거리, 밤의 카드 게임, 권총 싸움 등 빌리 더 키드의 삶의 장면들이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생기를 얻게 되는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척박한 서부의 땅을 일구는 자들의 삶의 무게를 공감하며 절로 가슴이 먹먹해질 터이다. 총잡이들의 싸움이 묘사되는 작품 'Gun Battle'에 이르러서는 악기들의 긴박함에 마음을 졸이며 21명을 죽였다는 실존했던 이 범법자가 시대의 영웅으로 미화되는 것의 불편함 조차 망각하게 된다. 한낱 총잡이의 이야기는 음악이라는 고차원의 예술과 만나 '아메리칸 스피릿 미학'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개척정신의 유물인 서부의 총잡이들은 미국 사회가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영웅 이미지의 원천이다. 미국 사회가 깔끔하게 면도한 단정한 스타일보다는 반대 이미지의 거친 영웅을 선호해 온 것도 과거의 개인주의와 개척 정신이 미국을 대표하는 가치임을 암시하는 비공식적 찬양이나 다름 없는데 작품 '빌리 더 키드'가 미국의 작곡가에 의해 미국적 소재로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발레극이라는 역사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한 미국의 총잡이에게 주어진 미학적 가치도 계속될 것이다.

(전설적인 서부의 총잡이 빌리 더 키드는 1859~1881년까지 살았던 실존 인물로 미국 문화 예술계에서 시대의 영웅으로 미화되어왔다.)



미국이 요구하는 재즈의 정신


존 콜트레인 탄생 60주년이던 1987년 9월 23일, 미 하원에서는 '재즈는 미국의 국보 (Jazz: A National American Treasure)' 결의안이 통과됐다. 재즈가 미국의 근대 문화유산 가치로 공식화된 것이다. 이 결의안은 민주당 소속 존 콘여스 주니어 의원이 발의했고 같은 당 알랜 크랜스턴 의원의 후원한 것으로 같은 해 12월 4일 상원에서도 채택되었다. 그리고 20년 뒤 영부인 미셀 오바마의 당찬 발언으로 상기된다. 2009년 6월, 오바마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재즈 워크숍을 개최했고 "재즈는 미국 고유의 예술 형식(Jazz is America's indigenous art form)"이라 강조하며 재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재즈가 들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미셸 오바마,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에 빠져 있는 버락 오바마. 이들 재즈 애호가 커플이 백악관에 입성해 "재즈야 말로 가장 민주적인 음악"이라 칭송했을 때 미국 재즈계가 얼마나 감동 일색이었는지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을 위해 마지막 박차를 다했을 때에도 재즈계는 오바마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2년 10월 9일 뉴욕 심포니 스페이스 극장의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을 보라. 오바마 재선을 위한 기금 모금 콘서트 'Jazz For Obama'에는 짐 홀, 론 카터, 조 로바노, 브레드 멜다우, 캐니 배런, 디디 브리지 워터, 캐니 가렛,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등 내로라한 재즈 뮤지션들이 총 집합해 오바마를 외쳤다. 오바마는 이렇게 응답한다. "재즈는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담으며 불협화음 조차 그 안에서 예술이 된다."


재즈의 이미지는 국가 내부적으로 9.11사태 이후 위기에 직면한 문화적 다양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복잡한 국제 정략 속에서 초강대국 지위를 지속시켜야 하는 오바마의 과제에 부합되는 것이었다. 진취성과 용기를 상징하는 개척정신이 미국의 전통적 시대정신이었다면 모든 인종과 계급이 사회적 이익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수용 원칙, 이른바 '재즈 정신'은 미국의 새로운 소명이 되었다. 지난해 시리아 내전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오바마의 즉흥 발언에 당혹감을 느낀 세력이 "즉흥은 재즈의 덕목이지 대통령의 자질이 아니다"라며 비아냥거린 것도 '재즈적인 오바마'를 다소 침통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개척정신이 총을 필요로 했다면 재즈의 정신은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필요로 한다. 개척정신이 보수의 이미지로 차용되었다면 재즈정신은 진보의 가치로 표상됐다. 개척정신의 이면에 내포된 탐욕과 파괴를 윤색(淪塞)할 수 있는 선하고 아름다운 공존의 가치. 나는 이것을 미국의 재즈 정신이라 부르고 싶다. 


      

(오바마를 예찬하기 위해 만들어진 패러디 작품들 : 미국 재즈계는 오바마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는 재즈의 정신은 오바마가 추구하는 국가적 목표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빌 프리셀, 미국 재즈의 지평을 넓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을 주목해야 한다. 그야 말로 미국 정신의 계보를 독창적인 자기 언어로 담아내는 가장 미국적인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빌 프리셀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다양성(diverse)과 음악의 뿌리(root)에 대한 탐구는 포크, 컨트리, 블루그래스, 록, 재즈를 포괄하는 이른바 '아메리카나(Americana)'스타일 창출로 이어진다. 장르의 외피를 벗고 미국을 탐미하려는 그의 시도는 92년 작 <Have A Little Faith> 앨범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19세기와 20세기,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북부와 남부라는 미국의 다양한 역사, 문화적 층위를 포괄하였으며 앞서 언급했던 총잡이 Billy The Kid 7부작을 비롯하여 스티브 포스터, 찰스 아이브스, 존 필립 수자, 밥 딜런, 머디 워터스, 마돈나, 존 하이아트, 소니 롤린스의 곡을 미국이라는 거대한 주제 속으로 통합시켰다.


(빌 프리셀의 92년 작 Have A Little Faith는 미국 정신의 계보를 빌 프리셀의 독창적인 언어로 담아낸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빌 프리셀의 빌리 더 키드는 작곡가 아론 코플란드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Mexican Dance and Finale와 Prairie Night에서는 과감하게 임프로바이징을 펼치고 있으며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원곡과는 다른 개성 있고 독특한 질감을 준다. 코플란드가 장엄한 하모니로 스케일 큰 영웅을 표현하려 했다면 프리셀의 빌리 더 키드는 감성적이고 천진난만한 청년의 느낌이다. 빌리 더 키드 외에도 미국의 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미국 현대 음악의 아버지 찰스 아이브스의 작품 <뉴잉글랜드의 세 장소>중 첫 번째 "The Saint-Gaudens' In Boston Common(보스턴 코먼에 위치한 성 가우든스)" 를 실었는데 이곳은 남북 전쟁에서 싸웠던 흑인 병사들의 연대기가 새겨진 장소로서 미국의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상징한다. 빌 프리셀은 이 곡을 발췌(excerpt)의 형식으로 두 개로 나누었고 양 곡 사이에 밥 딜런의 'Just Like A Woman', 머디 워터스의 'I Can't Be Satisfied', 마돈나의 'Live To Tell'을 배치하여 곡이 주는 메세지 효과를 높였다. 마돈나의 히트곡 'Live To Tell' 은 빌 프리셀에 이르러 역경을 딛고 살아남은 자에 관한 거대한 서사시로 새롭게 태어나는데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가는 10여 분은 이 앨범의 백미이기도 하다.

'The Star-Spangled Banner(미국 국가)','God Bless America', 'America, the Beautiful' 등과 함께 미국의 애국심 고취 음악으로 선두에 꼽히는 아론 코플란드의 Billy The Kid와 독립 기념일 퍼레이드의 주 레퍼토리인 존 필립 수자의 행진곡 Washington Post March이 시사하듯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애국의 메타포이다. 애국의 메시지는 웃통을 벗은 채 질주하는 아이들을 담은 앨범 표지에서도 드러나는데, 이 사진은 작가 러셀 리가 1941년 미국 서부 오레건주의 작은 도시에서 열린 미국 독립 기념일 달리기를 찍은 것이다. 창공에는 빌 프리셀의 딸인 모니카 프리셀의 손글씨로 '신념을 지녀라(Have a Little Faith)'는 제목이 달려있다. 이 제목은 존 하이아트의 곡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미국의 건국 이념 중 하나인 'Faith'를 연상시킨다. 이 외에도 리듬 체인지 대표 곡중 하나인 소니 롤린스의 No Moe를 비롯해 When I Fall In Love (빅터 영),  Little Jenny Dow (스티브 포스터), Have A Little Faith In Me (존 하이아트),  Billy Boy 등 지난 125년 미국 음악사의 스타일리시한 포인트를  빌 프리셀의 독특한 사운드로 표현해낸 것이다. 


Have a Little Faith 앨범 이후에도 빌 프리셀은 미국이라는 텍스트를 적극 활용한다. 때론 시골 농부의 일상을 파고 들기도 했고 (Disfarmer, 2009) 서부 영화의 내러티브를 차용하기도 하였으며 (Go West : Music for the Films of Buster Keaton, High Sign/One Week 95년), 컨트리 음악을 모티브로 지역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Nashville, 1997) 


지난 해 발표된 앨범 빅 서(Big Sur)는 자연과 교감하는 유니크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빅 서는 산타 크루즈와 산타 바바라 사이의 90마일에 달하는 장대한 미 서부 해안으로 1937년 1번 해안 도로가 완성된 이후에도 개발이 제한되어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으로 남아 있다. 빌 프리셀이 몬터레이 페스티벌 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이 아름다운 서부 해안을 음악으로 만들려했을 때의 목표도 순수 그 자체의 자연이었다. 이를 위해 스트링 앙상블인 858 사중주 - 제니 샤인맨(바이올린), 에이빈트 강(비올라), 행크 로버츠(첼로), 루디 로이스턴(드럼)과 함께 빅 서의 자연 속에 머물면서 광활한 해안 절벽의 바람과 동물들의 울음 소리까지 깊이 귀 기울였다. 장엄한 북태평양 바다를 묘사하거나 제압하기 위해 그 어떤 과장된 인위적 사운드를 동원하지 않았으며 컨트리 포크 느낌의 진솔함으로 담담하게 자연을 풀어내고 있다. 적어도 빌 프리셀의 음악에서 자연은 더 이상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정복되거나 파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의 법칙을 공유하고 공존해야 하는 대상이다. 

빌 프리셀의 진정한 능력은 오랜 수련 과정을 통해 다듬어온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내공의 음악을 보여준다는 것이며, 이는 북미 대륙의 자연적 토양분을 저 심연의 끝에서부터 받아들인 토착민의 영혼을 소유한 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빌 프리셀은 깊은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스토리텔러이자 미국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태도이다. 그래서 그가 아메리카나와 접합될 때 미국 재즈의 지평은 빅 서처럼 광대무변해진다. 만고 끝에 서부에 다다른 개척자들이 북태평양 빅 서를 앞에 두고 느꼈을 환희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빌 프리셀의 최신작 Big Sur의 모델이 된 미 서부해안 '빅 서'의 모습.  사진: 김홍기 hongkirang.kr




(빌 프리셀은 깊은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스토리텔러이자 미국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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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드러머 잭 드조넷가 만나니 또 이렇게 멋진 사운드가 탄생하는군요.

2006년 발매된 듀오 앨범 The Elephant Sleeps But Still Remembers은 2001년 씨애틀 이어스핫 페스티벌(Earshot Festival)의 라이브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잭 드조넷은 여기서 드럼 외에도 보컬과 피아노를, 빌 프리셀은 벤조를 더해 연주했고 편집 과정에서는 프로듀서 벤 셔먼이 여러 일렉트로닉스 사운드를 추가해 다이내믹하고 컬러플한 사운드가 가능해졌습니다. 

벤 셔먼은 영국의 색포소니스트 존 셔먼의 아들로 잭 드조넷과 이 앨범을 공동 프로듀싱했고 추후 베이스라인과 퍼커션을 비롯해 여러 앰비언트 사운드를 가미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꽉 찬 유니크한 사운드가 일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재즈 앨범에서 흔치 않은 적극적인 사운드 리터치 작업으로 인해 실제 빌 프리셀과 잭 드조넷의 라이브 사운드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빌 프리셀과 잭 드조넷의 그루브하고 펑키한 리듬, 멜로디 창의성을 프리 임프로비제이션으로 진행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빌 프리셀과 잭 드조넷이 함께 녹음한 작품이 돈 바이런(Don Byron)의 Romance With The Unseen (1999, Blue Note) 하나임을 볼 때 두 사람의 보기 드문 합작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빌 프리셀의 블루스 아이디어가 잭 드조넷의 변화로운 리듬 속에서 어둡고 무거운 그루브로 펼쳐지는 첫 곡 The Elephant Sleeps But Still Remembers, 빌 프리셀의 벤조와 잭 드조넷의 핸드 퍼커션이 일품인 2분 22초의 짧은 곡 Cat and Mouse도 매우 이색적입니다.

특히 The Garden of Chew-Man-Chew에서 빌 프리셀은 일본의 3현짜리 전통 악기 샤미젠(shamisen)효과를 위해 다시 벤조를 사용했으며 잭 드조넷은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 가믈란(gamelan)을 차용해 매우 특징적인 동양 사운드를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곡 After The Rain에서 잭 드조넷은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화음을 분산시키고 색다른 음들로 늘려가며 아르페지오하는 그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Jack DeJohnette: drums, percussion, vocals, piano; 

Bill Frisell: guitar, banjo

Ben Surman: additional percussion


1. The Elephant Sleeps But Still Remembers (11:24)

2. Cat And Mouse (2:22)

3. Entranced Androids (7:22)

4. The Garden Of Chew-Man-Chew (4:07)

5. Otherworldly Dervishes (8:36)

6. Through The Warphole (2:23)

7. Storm Clouds And The Mist (5:05)

8. Cartune Riots (1:22)

9. Ode To South Africa (10:17)

10. One Tooth Shuffle (1:17)

11. After The Rain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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